익명 게시판은 시나리오를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하곤 한다. 기자나 평론가처럼 직접 주장하기보다는, 마치 소설처럼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형식으로 정치 불안을 표현하는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책임을 덜면서도 우려를 공유하는 일종의 커뮤니티 글쓰기 문화다. 특히 정치적 주제일수록 '이건 가능성일 뿐 현실은 아니다'라는 선긋기를 하면서, 동시에 집단 불안을 압축해 표현한다.

한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소설' 형식의 글은 정치 진영의 권력 유지 과정을 4단계 구조로 그려낸다. 글쓴이는 이를 "현재 그 분과 그 분이 당황중"이라는 제목으로 표현했는데, 이 당황의 이유가 바로 계획이 틀어졌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1단계: 당의 내적 변질 검찰 개혁을 무효화하고, 당대표 선거에 개입하면서 당을 '더렵게' 만든다는 설정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의 표현대로라면, 정통 진영의 당원들이 분노하고 당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단계다.

2단계: 탈당 프레임 구축 이런 상황이 되면, 글쓴이는 원래 진영의 지지층이 '나갈 것'이라고 예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탈당하는 인물들을 '극좌'라는 프레임으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마치 "탄핵 이후 보수진영에서 극우가 이탈한 것처럼" 당 이탈을 정당화하려는 논리다. 당 안에서 나가는 인물들을 한데 묶어 '한 진영'으로 낙인찍는 것으로 보인다.

3단계: 구조적 다수 형성 탈당한 인물들을 제거한 후 남은 것들을 '구조적 다수'라고 부른다. 친명계, 개혁을 원치 않는 기존 세력, 권력에 들러붙는 기회주의자들이 뭉쳐 다음 총선 경선에서 기존 진영의 생존을 보장한다는 시나리오다. 이 다수는 자연발생적이 아니라, 여러 세력을 '선택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인위적으로 구축된다.

4단계: 권력의 영속화 고착된 권력으로 개헌을 포함한 여러 정책을 밀어붙이고, 퇴임 후 감옥행을 피하면서 계속 권력을 주고받으며 노후를 준비한다는 극단적 결론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반전이 생긴다.

탈당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는 분명히 '이 정도면 충분할 거야'라고 계산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개혁도 무효화했고, 당을 충분히 더렵혔으니, 지금까지 함께했던 진영적 지지층이 나갈 거라고 예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나가지 않았다. 대신 당 안에 남아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글쓴이의 표현을 빌리면 "밖에서 공격할 줄 알았는데 안에서 견제"를 당하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계획을 어렵게 하는 이유는, 당내 경선에서 기존 진영이 살아남으려면 반대 진영이 '당 밖'에서 극좌로 낙인찍혀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 안에 있는 비판세력은 그 프레임을 깨뜨린다. 내부 목소리가 계속 제기되면, 1인 1표제 같은 당헌당규까지 바꿔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래서 나온 다음 수

글쓴이가 그리는 후속 전략은 다소 극단적인 것으로 보인다. 탈당을 통한 간접 제거가 아니라, 당 내 비판자들을 직접 '시범케이스'로 삼아 수사하거나 제외하는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당 내에서 목소리를 내는 인물들 — 특히 전직 고위직이나 영향력 있는 당원 — 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식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의 표현으로는 "사시미칼을 손에 쥐고" 내부 비판자들을 처리하는 상황을 암시한다.

이 '소설'이 의미하는 것

이런 형식의 '소설'이 익명 게시판에 올라오는 것 자체가, 정치권 내 불신이 얼마나 높은지를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전략·계획·프레임이라는 단어로 정치를 설명하는 방식은, 정파적 대립이 얼마나 계산적인지에 대한 불신의 표현으로 읽힌다. 또한 이런 내용이 '소설'이라는 면책 형식으로만 돌아다닌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기사로 직접 보도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공유하고 싶은 불안이 존재한다는 뜻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검찰개혁을 뭉개고... 탈당하는 당원들을 극좌라는 프레임으로 만들고...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나가지를 않아?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