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한 이비인후과 대기실. 한 환자가 의자에 앉아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나중에 들어온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불렸다. 처음엔 실수라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같은 일이 반복되자 불안감이 생겼다. 혹시 자신이 뭔가 놓친 건가. 간호사에게 물어본 답은 충격적이었다. 자신보다 먼저 불린 사람들은 모두 ***라는 의료 예약 앱으로 사전 예약을 완료한 환자들이었다는 것. 일반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대기하는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었다.

최근 주요 병원과 의원들이 속속 도입하기 시작한 이런 의료 예약 앱. 그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환자가 앱을 다운로드한 후 원하는 진료 시간을 예약하고, 예약금을 선결제하는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병원 측의 메리트는 명확하다. 환자가 미리 정해진 시간에 내원할 확률이 높으므로, 진료 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무단 노쇼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진료 스케줄 관리도 수월해진다. 운영 비용도 절감된다. 경영 관점에서는 분명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 효율성 뒤에는 보이지 않는 위계가 숨어 있다. 앱을 알고 능숙하게 쓰는 환자와 그렇지 못한 환자 사이에 명확한 선이 그어진다. 앱으로 미리 예약한 환자는 정해진 시간에 의사를 만난다. 앱 없이 일반적인 방법으로 방문해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는 그들 뒤에서 계속 대기한다. 병원에서 공식적으로 내건 진료 순서표 같은 건 없지만, 결과는 명백하다. 돈을 더 내고, 앱을 알고, 미리 예약하는 것이 빠른 진료의 조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인 것으로 보인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공적 의료 체계가 작동하는 방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은 국민에게 공평한 의료 접근을 보장하려는 제도다. 그런데 진료 순서라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가격과 정보, 기술 능력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 앱을 다루지 못하거나 예약비를 추가로 내기 어려운 환자들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의료 서비스 접근에서 자동으로 후순위가 된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령층이나 스마트폰 사용에 서툰 사람들이 병원을 찾으면, 자동으로 더 오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정보 접근성이나 경제 상황이 의료 서비스 순서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병원의 입장도 이해할 여지가 있다는 반응이 있다. 효율성 추구와 비용 절감은 현대 의료 기관의 생존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노쇼 방지만 해도 운영상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 다른 환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여유도 생긴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하지만 그 효율성 추구 과정에서 일부 환자들이 체계적으로 배제된다면, 과연 그것이 정당한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은 남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게시글에서는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증상으로 같은 날 병원을 찾았는데 진료 순서가 이렇게 달라진다는 게 불공평하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해당 게시글의 댓글 섹션에서는 이를 의료 현장에 새로이 나타난 계층화 현상이라고 지적하는 의견도 보인다. "정보를 알면 VIP, 모르면 일반인", "돈을 더 내면 빨리 본다"는 식의 구도가 의료 서비스에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 원문 발췌

돈 내고 예약하는 환자들에게만 유리한 이 상황을 용인하는 건지... 돈 있으면 편하게 진료받으라는 거랑 뭐가 다른 건지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