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인근을 둘러보면 신축 주상복합 단지들이 연달아 눈에 띈다. 한눈에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극도로 높은 용적률인 것으로 보인다. 900~1000% 수준으로 지어진 이 건물들은 토지의 효율성을 최대한 추구하는 방식을 명확히 보여준다.

내부 조건을 살펴보면 그 '빡빡함'이 구체적인 숫자로 드러난다. 세대당 주차대수는 1.2대 내외다. 같은 면적의 주거 유닛을 공급하면서 주차 공간은 극도로 압축된 셈인 것으로 보인다.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때마다 마주치는 수십 개의 현관 문들, 그 사이 복도는 당연히 좁다. 환기 창문과 채광도 현대적 주거 기준으로는 아쉬운 수준이 많다. 아이나 노인이 생기면 출입할 때마다 감수할 불편함들이 이미 설계에 내재된 것으로 보인다.

주거의 질이라는 기준으로만 보면, 이런 조건들은 명백한 마이너스 요소다. 그럼에도 팔린다는 게 중요한 신호다.

같은 급지의 다른 아파트들과 비교해보자. 용적률 200~300% 수준의 구축 아파트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연식이 20년에서 30년을 넘은 건물들인 것으로 보인다. 직관적으로만 봐도, 낡은 건물이 새 건물보다 훨씬 저렴해야 맞다. 수리비도 많이 들 테고, 노후도 진행 중이고, 환경미화·보안도 낙후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거래 데이터가 말하는 바는 반대다. 같은 입지 내에서 새로 지은 주상복합이 30년 된 낡은 아파트를 훨씬 높은 가격에 제친다는 보고들이 나온다. 답답한 평면, 불편한 주차 시스템, 미니멀한 설계. 이 모든 단점이 가격표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신축이라는 요소가 모든 결점을 덮어버린다.

이 거래 현황이 보여주는 게 뭘까. 한 익명 커뮤니티 글쓴이의 관찰에 따르면, 도시 주거 선택의 우선순위는 '건물의 질'이 아니라 '위치 자체'라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역세권 입지, 대중교통 접근성, 인근 상업·문화시설, 젠트리피케이션 가능성 같은 외부 요인들이 건물 밀도의 단점을 완전히 상쇄해준다는 의미다.

입지 프리미엄이 주거 쾌적성의 손실을 통째로 커버하는 구조인 셈인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좋은 집'보다 '좋은 위치'가 더 큰 가치를 갖는 현실이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 묵은 아파트가 새 건물보다 싸지는 이 역설이, 사실 오늘날 도시 주거의 진짜 구조를 말해준다.

그렇다면 이 현상이 도시 정책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해 보인다. 닭장 같은 고밀도 신축도 팔린다는 사실 자체가 정책 입안자들에게 어떤 신호를 보낼지, 향후 주거공급 계획과 도시개발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가 이미 암시되는 것 같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입지 우선주의에 입각한 고밀도 공급이 시장에서 실제로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면, 그 방향이 정책 반영 시 우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 원문 발췌

여기 ***역 근처에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있습니다. 용적율 900~1000% 닭장입니다. 주차장도 세대당 1.2대 내외입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