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6개월. 한 어린 선수가 성인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5월에 열린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를 마친 후였다. 학생 대회는 내년 5월까지 공백이 길었다. 실력을 키우려면 성인 무대에 나가볼 수밖에 없었다.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어른 선수들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해보려는 목표였다.

8월 ***에서 열린 대회가 첫 도전이었다. 1승을 거두긴 했지만 성인들의 벽은 높았다. 경험 부족으로 조금만 실력 있는 선수를 만나도 위축되고 만신창이가 되곤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험을 좀 더 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두 번째 대회에 등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9월 ***도지사배 장애인 탁구대회였다.

조편성이 나왔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4명의 조별 리그전인데 상대 선수 3명이 모두 왼손 선수였다. 왼손 선수가 워낙 드문데,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더 놀라운 건 상대 조원들의 면면이었다. 랭킹 1위, 학생부 고등부 우승자, 실력 있는 랭커들만 한데 모여 있었다. "3패를 해도 괜찮다. 그냥 경험을 쌓자"고 다짐하며 왼손 선수 대비 집중 훈련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첫 경기는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고등부 우승자였다. 연습할 때는 차분하게 받아낼 수 있었지만, 실제 경기에 올라서니 여전히 위축되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지난 8월 대회보다는 한층 나아진 모습이었다. 1패를 가슴에 안고 다음 상대를 기다리는데, 선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불참이었다. 경기시간이 지나버렸으니 규정상 불참은 승으로 처리됐다. 어부지리로 1승을 건졌다.

세 번째 경기는 랭킹 1위 선수와의 대결이었다. 그 선수도 나타나지 않았다. 불참이었다.

9월 중·하순에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요 랭커들이 그 준비로 대거 불참한 상황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조편성에는 정교함이 있었다. 조원 중 우리가 이겨낸 상대는 전날 우리를 이겼던 선수를 꺾은 팀이었고, 연달아 나온 불참은 결국 전국 체전 준비 일정이라는 구조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성인 탁구 무대에서는 한 번의 대회 출전이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전국 체전 준비 일정을 읽는 전략이 되기도 한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다.

결과적으로 경기도 없이 2승을 얻어 8강에 진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8강 상대는 8강 선수 중 가장 랭킹이 높은 6위 선수였다. "이 선수만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한 게임만 하고 집에 가자"고 중얼거렸다. 선수에게도 큰 기대 없이 "그냥 차분하게 해"라고만 말해줬다.

연습할 때 뭔가가 달랐다. 상대 선수가 상대의 차분한 반격에 어쩔 줄을 몰라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 이 선수가 뭐지?" 하는 반응이 얼굴에 떴다. 랭킹도 모르는 햇병아리 선수에게 말인 것으로 보인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은 하얀 소음이 가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가 시작되자 움직임이 달라졌다. 연습할 때처럼 자신감 있게 리시브하고, 기회가 오면 정확하게 때렸다. 이쪽저쪽을 오가며 공격을 성공시켰다. 아빠와 대련할 때의 안정적인 모습이 그대로 살아났다. 경기 공포증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린 선수들이 흔히 겪는 '연습과 실전의 괴리'가 이 경기에서 깨졌다는 뜻이었다.

전국 랭킹 6위의 선수를 3대0으로 압도해버렸다. 주변에서 보던 다른 선수들도 깜짝 놀랐다. 어제 우리를 이겼던 선수를 이겨낸 상대를 이번엔 우리가 또 이겨버린 것으로 보인다. 비현실 같은 순간이 펼쳐졌다.

1승으로 동메달이 확정됐다. 전국 대회 역사상 거의 없을 만큼 드문 일을 해내버렸다.

4강은 어제 우리를 이겼던 그 선수가 올라와 있었다. 그 선수는 그날따라 신내린 것처럼 경기를 펼쳤다. 공을 때리는 대로 다 들어왔다. 결승에 오른 선수였던 것 같다. 우리 선수는 그 무적의 모습 앞에서 선방하며 정중하게 경기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쩌면 그것도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과 실력이 겹쳤다. 2개월간 탁구를 시작한 후 학생부에서 동메달, 6개월 만에 성인부에서도 동메달. 너무나 빨랐다. 스포츠를 하면서 행운과 행운이 이렇게 겹친 순간은 처음이었다.

이번 메달이 소중한 추억이 되려면 앞으로 몇 년의 노력이 더 필요할 거다. 하지만 우리는 이 행운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운도 실력이 아니던가.


📌 원문 발췌

6개월 만에 성인부 단식 동메달. 전국 랭킹 6위의 선수를 3대0으로 압도해버렸다.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