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의사와 변호사를 상류층이라고 부르는 게 왜 이렇게 낯선 반응을 받는 걸까.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에서 이 질문이 떠올랐다. 영국에 사는 친척과 자주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한국에서는 의사나 변호사를 상류층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을 때, 상대방이 놀라는 눈치를 감지했다는 것. 이 장면 자체가 두 문화권의 상류층 정의가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유럽에서 상류층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떨까.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본다면,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대의 자산을 소유하고, 작위나 영지 같은 역사적 지위를 보유한 사람들이 그들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세대를 거쳐 축적된 자산으로 생활하는 것이 가능해야만, 진정한 상류층으로 인정받는 구조라는 의미다.
한국의 상류층 정의는 이와 완전히 다르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같은 전문 자격을 갖춘 고소득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상류층의 대표로 인식된다는 게 그 차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이는 역사적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의 고도 성장 시대에는 '높은 소득이 곧 사회적 성공'이라는 가치가 확산됐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계층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동해 왔다. 전 세대가 쌓은 자산을 물려받는 것을 상류층의 증거로 보는 유럽식 접근과는 거리가 멀었다.
구체적인 금전 기준으로 내려와 보면 이 차이가 더 선명해진다. 한 커뮤니티 글에서는 "한국에서의 상류층은 자산 100억 대 이상에 연봉 5억 이상"이라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목할 부분은 '자산'과 '연봉'을 모두 언급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높은 연봉만으로는 부족하고, 축적된 자산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관점이 드러난다.
그런데 유럽의 올드머니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충분한 자산만 있다면 연봉은 없어도 상관없다. 심지어 직장에 다니더라도, 생활비를 벌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면 문제 삼지 않는다. 결국 '경제 활동의 필요성'이 있는지 없는지가 상류층 판정의 분기점이 되는 셈인 것으로 보인다.
두 기준이 정의하는 상류층의 모습은 기본부터 다르다. 한국에서의 상류층은 '돈을 버는 고소득자'를 의미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유럽에서는 '돈을 쓰기만 해도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같은 단어를 써도 내부 정의는 사회가 자산을 어떻게 축적하고 세대를 거쳐 전달해 왔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개인의 능력과 노동으로 소득을 창출하는 구조 vs 역사 속에서 쌓인 유산을 물려받는 구조. 두 경제 체제가 만들어낸 상류층 개념의 차이가, 단 한 마디 '상류층'이라는 단어에 얼마나 많은 해석을 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 원문 발췌
수백, 수천억원의 자산과 작위를 가지고 영지가 있고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나 상류층으로 생각하지, 소득이 수십만 유로/파운드여도 일을 해야한다면 결국 부유한 중산층이라고 보더라구요.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