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에서 변호사 비용에 관한 여러 글들을 눈여겨보다 문득 떠오른 경험이 있다. 누군가 법적 분쟁을 앞두고 고민할 때, 실제로 변호사를 찾기 전에 AI에 먼저 물어본다면 무엇이 벌어질까 하는 것. 이론적 가설이 아니라 직접 체험한 사례다.
얼마 전 소소한 민사 분쟁이 생겼다. 처음 대면했을 때는 감정적이었고, 자연스레 "법으로 가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이 잘못한 것 같았고, 충동적으로라도 의사를 표현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 행동에 옮기기 전에 한 가지를 해보기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의 세부 내용과 배경을 AI에 입력하고, 여러 각도에서 법적 판단을 구해본 것으로 보인다. 승소 가능성, 소요 비용, 기대효과, 리스크를 두루 물어봤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AI가 제시한 객관적 분석과 근거는 한결같이 가리키는 방향이 하나였다. "현재 상황에서는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차라리 상황을 그대로 두는 편이 더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 판단은 나의 감정적 분노와 정면으로 충돌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제시된 근거들은 명확했고, 논리적이었다. AI는 싸움을 권유하지 않았다. 오히려 싸움을 말렸다.
이것이 흥미로운 지점인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AI가 의사결정을 '촉진'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더 많은 정보, 더 빠른 분석, 더 명확한 옵션 제시가 사람들을 행동으로 이끌 것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신뢰할 만한 근거가 주어지면, 오히려 행동을 멈추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률처럼 진입 비용이 높고 승패가 불확실한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법적 분쟁은 일반인이 진입 판단을 가장 어려워하는 영역 중 하나다.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려면 상담비를 내야 하고, 그것이 아까워서 무턱대고 행동하는 사람도 있고, 겁에 질려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도 있다. 이 광막한 불확실성 속에서 AI가 "이건 이 정도 비용이 들고, 이 정도 시간이 걸리고, 이 정도 확률로 당신의 이익이 될 것 같습니다"라는 근거를 제시해주면, 적어도 '맹목적 선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르는 분야일수록 이러한 객관적 근거의 가치는 더욱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면, 이 현상을 '마찰비용 절감'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막대한 마찰인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를 찾고, 상담을 받고, 비용을 주고받고, 법정 일정을 맞추고, 감정을 소비하는 모든 것. 만약 AI의 판단으로 "이건 할 가치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그 모든 마찰을 사전에 피할 수 있다. 기회비용도 마찬가지다. 무의미한 법적 분쟁에 투입할 뻔한 시간과 에너지를 완전히 다른 곳에 쓸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더 광범위하게 보면, 이 효과는 법률 분쟁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직장에서의 인사 분쟁, 개인 간의 관계 결렬, 금전 거래의 문제, 감정적 결정도 마찬가지다. 행동하기 전에 '정말 이게 맞는 선택일까' 한 번 더 물어보고, 객관적 근거를 받아본다면, 불필요한 충돌의 상당수는 사전에 차단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AI 보급의 가장 조용한 사이드이펙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AI는 우리를 더 많이 행동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더 신중하게, 더 이성적으로, 불필요한 행동은 과감히 걸러내게 만드는 기술일 수 있다. 분쟁의 건수가 줄어들고, 감정적 결정이 줄어들고, 사람들이 한 발 물러서서 전체 상황을 평가해보는 사회. 그것이 AI가 만들어갈 조용하지만 깊은 변화의 모습이 아닐까.
📌 원문 발췌
AI를 통해서 이것저것 크로스체크 해보니 그냥 가만히 있는게 유리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전에 어느 정도 예측된 결과를 보고 진행하게 됨에 따라 그 과정에 있는 일종의 마찰비용을 줄 일 수 있는 효과가 추가적으로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