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략가들 사이에 오랫동안 회자돼 온 개념이 있다. '집토끼'와 '산토끼'라는 표현인데, 이는 정당의 기존 지지층과 확보해야 할 부동층·반대층을 비유한 것이다. 집토끼는 이미 우리 손 안에 있는 기존 지지자이고, 산토끼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유권자들을 의미한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양쪽을 모두 붙잡아야 한다는 논리인데, 이것이 정당 전략의 고전적 딜레마다.
최근 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중도확장' 전략은 바로 이 산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다.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과 경제계 인물들을 영입하고, 기존의 진보적 노선을 완화하면서 광범위한 유권자층에 어필하려는 움직임이다. 겉으로는 '외연 확장'이라는 명분이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당이 지지층 확장을 명목으로 이념적 중심을 흐리면, 결과적으로는 '보수화'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진다. 영입된 인물들이 기존 진보진영의 가치를 진정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정당 내에서 파벌을 형성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식이 되기 쉽다. 이는 '중도확장'이 아닌 '이익집단화'에 더 가깝다는 지적이 타당해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진정한 중도확장이란 기존 이념을 유지하면서도 호소력을 넓히는 전략을 뜻한다. 반면 정체성 희석은 이념적 기초 자체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다. 민주당의 현 상황은 후자에 가깝다. 보수 인사 영입과 노선 변화가 '중도'라는 미명 하에 진행되면서, 정당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기존 지지층이다. 수십 년 정당을 지탱해온 진보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던 가치가 점점 희석되는 것을 목격한다. 영입된 보수 인사들이 과거 자신들이 비판했던 정책을 여전히 옹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이런 정당을 지지한 게 아닌데'라는 박탈감이 생긴다. 외부 인사 영입은 새로운 지지층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기존 지지층의 이탈을 초래할 위험도 그만큼 크다는 점이 지난 정치사에서 증명된 바 있다.
결국 '저들이 바라는 세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정당은 특정 지지층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중도확장이 진정한 전략이 되려면, 기존의 이념적 기초를 흔들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계층에 호소력을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민주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 경계선 위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고, 정당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 원문 발췌
민주당 국회의원 상당수가 이익집단화 되어서 변질이 되고 말았죠. 반개혁적으로 보수화되는게 중도확장인가요?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