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와 올리브유. 이 두 식재료는 세계 어디서나 기본이라고 여겨지지만, 흥미롭게도 한국은 이들의 소비량이 국제 기준으로 최하 수준이다. 이 현상을 단순히 '한국인이 버터를 싫어해서'라고 치부할 수 없다. 오히려 한국 음식 문화의 맛 구조가 이 유지방들을 필요 없게 만드는 메커니즘을 살펴봐야 한다.

서구의 식탁에서 버터와 올리브유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양식 조리의 거의 모든 단계에서—프라이팬에 달궈지는 순간부터 마무리 드리즐까지—유지방이 맛과 식감의 기초를 다진다. 특히 유럽 요리에서 올리브유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맛의 철학 자체다. 기름진 풍미로 음식을 감싸는 것이 음식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생각하는 요리 문화가 수백 년 이어져 온 것이다.

반면 한국 요리는 완전히 다른 맛 설계를 갖추고 있다. 마늘의 향신료적 자극, 참기름의 고소함, 간장의 깊이—이 세 가지 요소가 한국 음식의 기본 골격을 이룬다. 특히 볶음, 무침, 양념 같은 한식의 주요 조리법들은 이 조합만으로 충분히 감칠맛을 내도록 진화해왔다. 버터나 올리브유 같은 유지방을 굳이 더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한 번 생각해보면, 된장찌개에 올리브유를 두르거나 무생채에 버터를 섞는 것이 얼마나 어색한지 금방 알 수 있다. 이는 미각의 차이가 아니라 식문화 진화의 산물이다.

동아시아 문화권은 원래 이런 특성을 공유한다. 열대 지역의 마늘 경작, 참깨 수확이 용이했던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한 맛의 언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같은 동아시아인 일본과의 차이다. 일본의 버터 소비량은 한국보다 상당히 높다. 왜일까? 역사적으로 일본이 서양 음식 문화를 더 일찍, 그리고 체계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양식(洋食)이 일본 음식 문화의 한 축을 차지하게 되었고, 제과·제빵 같은 서양식 기술도 빠르게 안착했다. 그 결과 일본인의 입맛은 유지방에 더 익숙해졌고, 소비 패턴도 달라진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최근의 변화다. 한국에서도 지난 십몇 년간 베이킹과 홈카페 문화가 급성장했다. 카페라테를 마시고, 케이크와 쿠키를 만드는 일상이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이는 자연스럽게 버터 소비로 이어진다. 물론 아직 한식의 전통적 지위가 흔들리지는 않았지만, 젊은 세대의 입맛이 유지방에 조금씩 더 열려가고 있다는 신호는 분명하다. 식문화의 우열이 아닌, 시간에 따른 필연적 변화일 수도 있다.

결국 버터를 안 쓰는 한국인의 선택은 게으름이나 무지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마늘과 참기름으로 완성된 맛의 세계에 유지방이 들어올 자리가 단순히 없었다는 뜻이다. 각 문화권의 식탁은 그 환경과 역사 속에서 최적화된 맛 언어를 갖춘다. 우리는 우리의 것을 버리기보다, 필요에 따라 천천히 확장해나가고 있을 뿐이다.


📌 원문 발췌

서구권에선 음식할때 때려박는 식재료인데 한국에선 아무래도 조합도 안 좋고 마늘 참기름이 있어서인지 거의 안 씀. 동아시아 식문화권이 그렇긴 한데 옆나라 일본에 비해서도 소비량 현저히 낮음.

원본 출처: 더쿠 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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