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19년 차, 아이 셋을 낳고 전업주부로 살아왔어요. 참고로 남편 명의로 뭐가 정확히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번에 보니 전국 상위 십프로에 드는 조건이라 남들 받는 지원금 못 받았어요. 그때 알았죠 우리집 부자구나 하면서도 현실은 갑갑했어요.

남편은 꼬박꼬박 생활비를 주는데, 그게 이백만원씩이었어요. 그 돈은 집에서 애들 먹이는 식재료비, 아파트 관리비, 실비보험비, 핸드폰비로 다 써야 했죠. 학원비는 따로 줬지만, 저는 그 돈이 부족했어요. 가끔 아이 용돈도 줘야 하고, 치과, 소아과 같은 예상 밖의 병원비도 그 돈에서 나와야 했거든요. 좀 더 달라고 하면 쓸만큼은 충분히 줬다며 짜증을 내더라구요.

그래서 전 앱테크를 해서 생활비를 보태고 있다가, 어느 날 도저히 이대로는 힘들어서 처음으로 십만원이든 이십만원이든 생활비를 더 달라고 했어요. 그러니 남편이 그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화난 저는 '좋다, 나 직장 나가겠다'고 큰소리를 쳤죠.

그렇게 해서 온종일 일하는 직장을 나가게 되었어요. 파트타임은 생각도 안 했어요. 막둥이가 이제 초2인데도 불구하고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어요. 18년 만의 직장생활이었죠.

사실 큰애가 착해서 그 아이에게 용돈을 챙겨주며 형제 케어를 부탁하려고 했는데, 남편이 완전히 애들을 데리고 키우고 있더라고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밥을 짓고, 세탁기도 돌리고, 계란 후라이, 부침개는 물론 요즘은 웬만한 찌개나 국도 거뜬하게 해내요. 큰 애 낳고 미역국을 끓여준 게 처음이자 마지막인데, 지금은 제가 살림꾼처럼 되어버렸네요.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갑자기 우리의 관계는 회복이 안 된다며 협의이혼을 요구했어요. 변호사를 끼면 귀찮으니 육천만원을 줄 테니 이혼해달래요. 지금까지 18년간의 결혼생활, 남편의 감정적인 분노로 인해 얼마나 긴 시간을 삭히고 묵히며 버텨온 시간들인데, 그걸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다니요.

당시에 남편이 말했던 게, 물론 큰돈은 아니지만 그 돈으로 애 셋을 잘 키우는 여자가 있을 수도 있는데 넌 왜 못 그러냐는 거였어요. 저는 못하겠다고, 돈이 적어서 힘들다고 큰소리를 쳤죠. 늘 남편을 맞추느라 제 소리를 제대로 내보지도 못하고, 제 진짜 모습은 숨긴 채 바보같이 살아온 것 같더라고요. 싸울 일이 있어도 남편이 싫어하니 일부러 또 삭히고요.

예전에 생활비로 남편 명의 카드를 쓴 적이 있는데, 남편이 기분 나쁘면 그걸 빼앗아가요. 달라고 하면 저는 바보같이 건네주고... 속은 뒤집어집니다.

지금 직장 다닌 지 10개월 되어가는데, 어느 날 큰애가 과외를 받고 싶다고 해서 아빠한테 부탁해보라고 했어요. 그런데 아빠가 당장은 힘들다고 한다며 아이가 속상해해서, 아이가 '엄마 일하잖아, 아들 걱정 마, 엄마가 열심히 일할 께' 라고 말했어요. 저는 '그래, 엄마 열심히 일해서 널 밀어줄 께'라고 했죠. 지금 제 월급 백만원을 매달 아이에게 쓰고 있어요. 나 스스로 뿌듯한 부분이 있어요.

여전히 남편은 제가 밉겠죠. 서로 말을 안 합니다. 투명인간처럼요.

근처에 시댁 어머님이 계셔서 '어머니 뵈러 가겠다'고 하니 저 오지 말래요. '어머님이 저를 만나기 불편해하시나요?'라고 했더니 그건 아니고... 하면서 말끝을 흐리더라고요. 더이상 어찌하겠어요.

시아버님이 일 년 전에 돌아가신 후부터 명절 차례상을 우리집에서 차렸는데, 첫 명절에는 오셨던 어머님이 최근까지는 발길을 끊으셨더라고요. 아버님 첫 기일 제사상의 날, 휴무를 얻어 장을 보고 7시간 넘게 정성스레 음식을 차렸는데 어머님이 몸이 불편하다며 안 오셨어요. 애썼다며 전화 한 통은 주실 줄 알았는데, 그건 제 욕심이었나 봅니다.

남편과 냉전 중이지만, 전 이 집안이 상을 차리고 절하는 걸 좋아하고 내가 해야 하는 도리다 생각하며 차렸어요. 앞으로 남편과 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궁금해집니다.

참고로 남편의 감정적 분노는 어찌할 수 없겠더라고요. 집안 약속도 본인이 기분 나쁘면 지키지 않아요. 예를 들어 집안에 제사가 있어서 참석해야 하는데 본인은 빠져요. 하지만 전 며느리니까 제 역할을 묵묵히 해야 되니 남편이 빠진 자리에 전 늘 외롭게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둘째를 낳기 전 아이가 유산되었거든요. 그 날 병원에 혼자 가서 남편이 그 길로 외박을 했어요. 그 밤 아이를 잃은 슬픔보다 이순간 내 곁에 없는 남편으로 인해 더 슬펐어요.

이쯤 되니 알겠어요. 내가 함께 살고 있는 이 남자는 감정을 서로 공유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또 다른 이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남자구나 싶더라고요. 또 참고로 이 남자, 결혼식 때 친구 한 명도 참석 안 했더라고요. 저는 그때 제 친구들을 세어봤는데 23명이 왔었어요. 이 남자가 불쌍하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괘씸하기도 하고, 그냥 헛웃음이 나옵니다.


📌 원문 발췌

결혼한 지 19년 차 아이 셋 낳고 전업주부로 살아왔어요 참고로 우리 남편 명의로 뭐가 정확히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번에 보니 전국 상위 십프로에 드는 조건이라 남들 받는 무슨?? 지원금 못 받았어요. 그때 알았죠 우리집 부자구나 ㅎㅎ그런데 제게 현실은 갑갑했어요. 남편은 꼬박꼬박 생활비 주는데 그 돈이 집에서 애들 먹이는 식재료비 아파트 관리비 실비보험비 핸드폰비라며 이백만원씩 언제부턴가 주기 시작했어요 학원비는 애들이 학원을 다닌다고하면 따로 줬구요. 그런데 저는 그 돈이 부족하더라구요. 가끔 아이 용돈도 줘야하고 또 큰 금액아닐때는 또 그 돈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도 생기고 . .. 이럴테면 치과가고 또 애들 소아과 가고... 그런건 그 돈에서 해결해야했거든요 좀 더 달라면 쓸만큼은 충분히 줬다고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