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을 맞은 대형 반도체 회사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300조원대, 200조원대를 웃돈다. 지난해보다 최대 7배 늘어난 규모다. 지난 1분기(1~3월·연결기준) 영업이익도 각각 57조원대, 37조원대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폭발적 성장에 기반을 둔 성과급으로 본사 직원들이 수억원에서 십수억원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성과급 확대 여부를 놓고 대기업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는 등 이익 분배를 둘러싼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이런 상황은 그저 '남의 일'일 뿐이다. 반도체 공장에서 웨이퍼 세정 업무를 하는 A씨(48)는 최근 '3조(3개 근무조) 2교대'로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공장이 24시간 가동되면서 노동 강도가 높아진 탓이다. 그가 맡은 웨이퍼 세정 작업은 미세 회로의 결함을 막는 핵심 공정이지만, 임금 외에 돌아오는 보상은 없다. A씨는 "협력업체 직원들도 똑같이 고생하는 만큼, 원청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성과가 공유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2000년대 이후 '외주화'가 굳어졌다. 본사는 이익을 독점(이익의 내재화)하고, 설비 유지보수나 위험 물질 관리 등 고위험·고강도 업무는 하청업체에 맡기는(위험의 외주화) 구조다. 지난해 기준 대형 반도체 회사 A의 사업장 '소속 외 근로자'는 3만5701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21.6%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대형사 B도 전체 노동자의 30.1%(1만4490명)가 협력사 소속이다.

하청업체와 협력사 노동자들은 자신을 '유령'이라 부른다. 불황기엔 가장 먼저 해고 위협에 노출되고, 호황기엔 성과 분배에서 철저히 소외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반도체 공장 안에서 본사 직원과 협력사 직원은 서로 다른 색의 방진복을 입는다. 이런 차별적 구조는 대형 반도체 회사들 모두 다르지 않다. 휴게 공간도 사실상 구분된다. 국내 한 반도체 회사의 협력사 소속으로 5년째 웨이퍼 물류 업무를 하는 B씨(54)는 "야간 근무 중 쉴 곳이 없어서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는 게 전부"라며 "본사 직원은 야근할 때 침대를 이용하지만,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의자에 앉아서 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협력사 직원들을 위해 기업이 마련한 '안전 인센티브'나 '임금 공유제'가 있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낮다. 또 다른 대형 반도체 회사 공장에서 일하는 C씨(49)는 "본사는 1차 사내 협력기업에 한해 일정 부분 성과급을 제공한다"며 "가장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는 이들은 하청 구조의 가장 아랫단에 있는 노동자들이지만, 본사 이익은 아랫단까지 공유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업계가 최근 '원·하청 상생 협력'을 통해 성과 공유에 나선 것과 달리, 반도체업계는 여전히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반도체 하청 노동조합의 부재와 원청 중심의 보상 체계가 이런 '소외의 악순환'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협력업체 없이는 반도체 생태계를 유지할 수 없고, 과도한 성과 독점에 따른 불균형이 커질수록 생태계 지속가능성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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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발췌

(전략) 반도체 초호황을 맞은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300조원, 200조원을 웃돈다. 지난해보다 최대 7배 늘어난 규모다. 지난 1분기(1~3월·연결기준) 영업이익도 각각 57조원, 37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폭발적 성장에 기반을 둔 성과급으로 본사 직원들이 수억원에서 십수억원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성과급 확대 여부를 놓고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는 등 이익 분배를 둘러싼 진통이 이어지고 있지만,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이런 상황은 그저 ‘남의 일’일 뿐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웨이퍼 세정 업무를 하는 김재섭(가명·48)씨는 최근 ‘3조(3개 근무조) 2교대’로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공장이 24시간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