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0일, 아침 출근 길에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첫째가 핸드폰 게임에 빠져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게임은 학교 다녀와서 하라"고 짧게 말했지만, 사실 이건 예상된 일이었다.

그전부터 나는 아내에게 "아이 성향상 핸드폰을 사주면 게임에 빠져 생활이 무너질 거다"고 여러 번 경고했다. 하지만 아내는 내 말을 무시하고 결국 아이에게 핸드폰을 사줬다. 문제가 터지자 아내는 자신이 수습하지 못하고 내게 "대신 해결해달라"고 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내가 얼마나 지쳤는지 아내는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또 아로마 디퓨저를 켜서 집 전체가 진한 치약냄새로 가득했다. 말을 해도 바뀌지 않는 사람, 자기 감정만 중요한 사람, 매사 충동적인 사람. 그로 인해 점점 무너져 가는 가족의 중심을 내가 억지로 떠받치고 있는 현실이 그날따라 더 무겁게 느껴졌다.

방송 출연 후의 변화

"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방송이 나가기 전 아내는 친정 가족, 지인들, 자신이 활동하던 여러 카페에 "방송에 나온다"고 자랑처럼 미리 알렸다. 나에게도 "어머니와 누님에게 알려야 하냐"고 물었고 나는 조용히 지나가자며 "알리지 말라"고 했다. 그 부탁은 다행히 지켜졌다.

하지만 방송이 나간 후 나는 점점 마음이 복잡해졌다. 우리 가족이 세상에 어떻게 비춰졌을까. 사람들은 날 어떻게 평가할까. 이런 생각들에 밤마다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ㄷㅈㅁ, ㅁㅅㅎㄹㅂ, ㅆㅅㅁㅊㅇ, ㅇㄱ ㅎㅁ ㅈㅅ 같은 커뮤니티에는 우리를 본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있었다. 아내를 불쌍하게 여기는 쪽이 70%, 나를 이해하거나 동정하는 쪽은 30% 정도였다. 모든 글과 댓글의 결론은 "아이들이 제일 불쌍하다"는 것이었다.

댓글을 읽을수록 내가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는지, 무엇이 편집되었고 무엇이 남겨졌는지 다시 떠올리게 됐다. '이게 진짜 우리 이야기인가?' '내가 정말 그렇게만 보였나?'

그 수많은 댓글 중 내 마음에 가장 깊게 박힌 건 한 줄 요약처럼 쓰인 글이었다. "아빠는 이미 엄마한테 질려버렸고, 엄마는 삶에 질려버렸다." 이 말이 우리 가족의 지금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했다. 지친 관계, 반복된 갈등, 서로를 향한 이해 부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댓글을 읽는 중에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아내에게 한 말들은 늘 비난으로 받아들여졌고, 돌아오는 건 오해와 침묵뿐이었다. 그런데 그 분은 그 짧은 댓글 안에서 내 의도, 내 마음, 그리고 내가 감내해온 현실까지 놀라울 만큼 정확히 짚어냈다. 낯선 사람의 공감 하나에 그동안 쌓여있던 서러움이 무너져 내렸다.

감사의 마음

방송이 끝난 직후, 뜻밖의 따뜻한 손길들이 찾아왔다. 직장 내 주부사원 한 분은 "셋째 잘 먹이라"며 케이크 쿠폰을 건넸다. 아내가 다니는 교회에서도 격려의 의미로 5만 원을 보내주셨다. 자주 가던 마트 가게 사장님은 젤리 3개를 선뜻 내어주셨고, 동네 초등학생들은 "우리 엄마가 아저씨 드리래요"라며 어린이 영양제를 전해주었다.

그 댓글을 남겨주신 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남기고 싶었지만 괜한 구설에 오를까 봐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나마 마음을 전한다. 당신의 댓글은 단지 동의가 아니라 이해였고, 현실적인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봐주셨기에 더 큰 울림이 있었다. 그것이 지쳐 있던 나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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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발췌

2023-03-10(금) 첫째의 게임 아침,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출근하던 중 08:10경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첫째가 핸드폰 게임에 몰두해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했고, 첫째에게 학교에 가라고 대신 말해달라고 했다. 나는 아이에게 “게임은 학교 다녀와서 하라”고 짧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사실 이 상황은 예상된 일이었다. 과거 나는 아내에게 아이에게 핸드폰을 사주지 말라고 수차례 이야기했었다. “첫째의 성향상 분명 게임에 빠져 생활이 무너질 거다.” 하지만 아내는 내 말을 무시했고 결국 아이에게 핸드폰을 사줬다. 지금에와서 문제가 터지자, 아내는 자기가 수습하려 하지 못하고 내게 대신 해결해 달라고 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내가 얼마나 지쳤는지, 아내는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이런 반복된 상황에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